2008년 5월 20일 화요일

숭례문 아픔 벌써 잊었나

kim sanghoon
건축
문화

숭례문 아픔 벌써 잊었나

화재 100일째… ‘문화재 부실 관리’ 반복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전소된 지 100일째를 맞았지만, 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온 ‘문화재 부실관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보, 보물 등 주요 문화재의 관리권이 화재 당시의 문화재청 발표와 달리 여전히 구청·군청 등 기초자치단체에 전가돼 있어, 앞으로도 ‘제2, 제3의 숭례문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숭례문 화재 당시, 국보 1호에 대한 관리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예산·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했던 서울 중구청에 방치돼 있었다.

20일 각 기초지자체들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구청·군청 등 지자체에 위임됐던 문화재 관리권을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관련조항 개정에 대한 추진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16조 제1항은 문화재청이 일방적 권한으로 문화재를 지자체에 위탁·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숭례문 화재 이후 일부 지자체들은 문화재청에 대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관내 문화재의 관리 이관을 잇따라 요청했으나, 문화재청은 계속 이를 묵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은 지자체들의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문화재청은 예산지원 등 보존관리 총괄업무를 담당하며, 지자체는 사업진행 및 실질적 관리를 하는 단체”라고 주장, “이를 변경하면 보존관리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타 문화재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숭례문 화재 직후인 지난 2월11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국보 제 1호인 숭례문이 어떻게 (기초지자체인) 중구청에서 관리됐는지 국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면서 “이를 다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김갑룡 문화재청 대변인은 “현재 지자체에 위임돼 있는 문화재 관리권 조정은 문화재 보호법이 개정돼야 가능하지만,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은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문화재 관리를 위한 인력배치 보강과 화재위험 대비시설 확충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병호 종로구 문화과장은 “역사성, 학술성, 예술성 등 가치가 큰 국보·보물 등에 관한 관리권 조정을 통해 중요 문화재를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난달에 열린 문화재 관련 간담회에서도 현행 문화재 보호법을 들어 계속 지자체에 관리를 떠넘기는 등 책임전가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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