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1일 금요일

800m빌딩 최상층 1.2m 흔들리게 설계


kim sanghoon
건축


2010년 5월 두바이 아침 6시. A상사 두바이 주재원 홍진우씨(31)가 눈을 뜬다. 창밖을 보니 짙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가 사는 곳은 사막의 꽃이라 불리는 ‘버즈 두바이’. 344m 높이인 99층에 사는 그는 출근 준비를 하고 502m에 위치한 139층 사무실로 출근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덕택에 시간은 1분도 채 안걸린다. 점심시간. 역시 42층에 위치한 호텔 고급 식당에서 바이어와 식사를 한다. 오늘 그는 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성사했다. 기분도 낼 겸 아내와 데이트를 계획한다. 두 사람은 162층 전망대에서 석양을 보며 와인을 마신다. ‘수직 도시’라고도 불리는 초고층 빌딩 사람들의 하루다.



■세계는 지금 마천루 경쟁중


높이…더 높이….



전세계가 마천루 경쟁에 한창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각국은 앞다퉈 최고층 빌딩 기록을 갈아치우려 하고 있다.



과거 초고층빌딩의 대명사는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었다. 1931년 준공된 이 건물은 381m(102층) 규모로 1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각국에서 건설중인 초고층 빌딩은 이를 뛰어넘는다. 대만의 타이베이 파이낸셜빌딩은 2004년 508m(101층) 높이로 완공돼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됐으며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은 이를 뛰어넘는 800m(160여층) 규모의 ‘버즈 두바이’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짓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고층빌딩 건설 계획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와 철도청은 최근 서울 용산역 철도기지창 부지에 620m(150층) 규모의 복합건물 건설계획을 내놨다. 또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신도시에는 610m의 인천타워가 세워질 예정이며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내 국제 비즈니스센터와 잠실 제2롯데월드도 530m, 555m 규모로 각각 지어질 계획이다.



■800m도 거뜬히 올려요


이 같은 초고층빌딩은 어떻게 가능할까.



초고층빌딩 건설엔 다양한 첨단 공법들과 과학 원리들이 적용되고 있다.



초고층빌딩의 최대 난제는 ‘바람을 어떻게 견디느냐’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두바이는 600m 상공의 풍속을 초속 50m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고층 빌딩들은 바람에 따라 건물이 약간 흔들리도록 설계됐다. 버즈두바이는 최상층이 1.2m까지 흔들릴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우리나라 63빌딩도 이 정도 움직임을 감안해 설계됐다. 이 건물들은 옥상에 큰 쇠구슬 모양의 추를 달거나 대형 수조를 설치해 균형을 잡는다. 물리의 ‘작용과 반작용’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지진을 극복하는 다양한 기술도 적용된다. 건물에 들어가는 철근의 조립을 달리해 지진에 대응하거나 건물 최하단에 바퀴를 달아 건물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자재를 꼭대기까지 올리는 기술도 필요하다. 무거운 것은 주로 타워크레인을 사용하고 가벼운 것은 리프트를 이용한다. 초고층빌딩의 경우 상당수가 유리 등으로 미리 제작한 외벽을 들어올려 붙이는 방법인 ‘커튼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고성능 타워크레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강한 콘크리트는 초고층 빌딩의 필수 요건. 버즈두바이는 800㎏/㎠ 강도의 콘크리트를 사용한다. 이는 국내 아파트에 사용되는 240㎏/㎠에 3.3배에 달하는 강도다. 하지만 이런 강한 콘크리트를 최상층까지 똑같은 품질과 강도를 유지하며 운반하는 것 또한 어렵다. 이를 위해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콘크리트 배합기술과 함께 초고속 운송 시스템이 필요하다. 콘크리트가 500m 높이까지 굳지 않고 올라가려면 최소한 시간당 20㎡의 레미콘을 운송할 수 있어야 한다. 두바이나 싱가포르처럼 더운 지역에선 콘크리트가 빨리 경화되기 때문에 경화가 늦은 콘크리트를 쓰거나 얼음을 넣은 아이스콘크리트를 쓰기도 한다.



이 밖에도 초고층빌딩은 정밀한 시공이 요구된다. 건물이 높아 시공 편차에 대한 절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3개 이상 시공한 업체는 16개사에 불과하다.



■초고층빌딩 왜 짓나


초고층빌딩을 지으려는 목적엔 자존심 경쟁이라는 명분과 랜드마크화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실리가 함께 담겨 있다.



세계 최고 빌딩이라는 상징성은 국가는 물론이고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현재 건설중인 버즈두바이도 아직 최고층과 최고 높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관광객 유치와 고용 창출로 지역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부지 활용도도 높다.



이밖에도 초고층빌딩은 이용자 입장에서도 우수한 원거리 전망으로 쾌적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고 대부분 초고층빌딩이 도심에 위치해 생활이 편리하다는 점이 어필한다.



하지만 조망권 침해와 교통량 증가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지진, 화재 등 각종 재해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유지 보수가 어렵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제 높이보다 디자인을 주목하라


쌍용건설 기술개발부 서원석 차장은 “초고층 빌딩이 높아질 수 있는 한계는 끝도 없다. 1000m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초고층 빌딩이 무한히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앞으로 초고층 빌딩은 높이 개념보다는 디자인과 편리성 측면에서의 발달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 초고층빌딩은 건물 전체가 돌아가는 움직이는 형태로 나올 수도 있고 중간층에 조경을 만드는 방식 등을 활용한 자연친화적인 방식도 예상된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짓고 있는 마리나베이센즈 호텔은 57층짜리 건물 세 동의 옥상이 연결돼 있으며 조경으로 꾸며졌다. 공사비가 6억8000만달러 규모로 우리나라 건설 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물산 건축 ENG 팀장인 강선종 상무는 “초고층빌딩은 벽도 두꺼워야 하고 엘리베이터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건축물”이라며 “우리나라처럼 가용 부지가 적은 경우가 아니면 짓는 목적 자체가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 때문이므로 디자인이 부각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반듯한 건물보다는 꼬여 있는 형태나 기울어진 형태, 불꽃 모양 등 전통적인 사각형이나 원형 보다는 외관이 변형을 일으킨 형태로 건설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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