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2일 월요일

포스트 타워




kim sanghoon
건축
문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60%를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력발전에 의존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일반 가정, 민간 업체들의 절전 노력은 미흡하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아도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반면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자린고비’ 에너지 절약운동에 나서고 있다. 전력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을 정한 교토의정서에 따라 2008~2012년 사이에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6% 줄여야 한다.


◇허리띠 졸라매는 일본=24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중심부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합동청사. 외무성과 후생노동성을 거쳐 환경성을 둘러봤다. 어느 층에서나 엘리베이터 타기가 불편하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같은 ‘러시아워’가 아니면 엘리베이터가 한 층에 하나만 가동되기 때문이다.

환경성 복도에 들어서자 갑자기 지하실에 들어온 것 같았다. 어두운 조명에 익숙지 않은 기자는 바로 앞 5~6m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복도는 어두웠다. 환경성 지구환경국 기요다케 마사다카(淸武正孝) 담당관은 “너무 어두워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불을 켜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도 명암조절기를 통해 최대 밝기의 60%까지만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무실이 어둡지 않은 ‘비결’은 지난해 겨울부터 사용한 ‘반사판 형광등’ 덕분이다. 그나마 캐비닛이나 책상이 없는 곳의 형광등은 모두 꺼져 있었다. 민원인들의 출입이 많은 관청은 캠페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본 관청들은 모두 이렇게 낮은 조명을 쓰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정은 물론 사무실에서도 ‘풀다운 스위치(끈으로 되어 있는 스위치)’ 달기가 유행이다. 일반적으로 전등을 끄고 싶어도 스위치 위치를 잘 몰라 그냥 켜두고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래로 늘어뜨려진 줄을 잡아당겨 전등을 끄는 풀다운 스위치가 있으면 누구나 전등을 끄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절전 불감증=25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서소문의 한 빌딩. 200여 명의 직원이 빠져나가자 사무실은 텅 비었지만 조명은 그대로였고 컴퓨터도 대부분 켜져 있었다. 평소에 꺼도 일하는 데 불편이 없을 것 같은 창가 쪽 자리 천장에도 형광등이 모두 켜져 있었다. 이 빌딩에서 근무하는 김모(34)씨는 “불을 끄려고 해도 스위치가 어디 붙어 있는지 몰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하던 다른 직원은 “외환위기 때는 너도나도 절전운동에 나섰지만 요즘은 스위치를 내리면 좀스러운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주말인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주부 신모(42)씨는 주방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열린 방문 너머 두 아이의 방은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거실 한쪽 책상 위의 컴퓨터 본체는 꺼져 있었지만 책상 아래 프린터는 켜져 있었다. 컴퓨터 주변기기를 한꺼번에 연결하는 콘센트(멀티탭)에 전원을 차단하는 스위치가 달려 있었지만 끄지 않은 탓이다. 신씨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스위치를 끌 수도 없어 켜져 있을 때가 많다”며 “아이들에게 절약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그때뿐”이라고 했다.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대학원 강승진 교수는 “다른 에너지 가격에 비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싸고, 빌딩 같은 상업용 전력에는 누진제가 없어 전력 소비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범국민적인 절전 캠페인과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광등 반사판=형광등 윗면의 빛은 그대로 천장에 흡수되지만 반사판을 달면 빛이 방 아래쪽으로 반사돼 훨씬 밝아진다. 한 달에 한 번 반사판을 닦고 청소해 주면 형광등 한 개당 20W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일본 관청들은 지난해부터 알루미늄 반사판이 달린 형광등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 충무로 1가의 서울중앙우체국 빌딩 ‘포스트 타워’는 에너지를 똑 부러지게 아끼는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지난해 9월 완공된 지상 21층, 지하 7층 빌딩 곳곳에는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캄캄한 화장실에 들어서면 불이 켜지고, 나가면 저절로 꺼진다. 실내 온도는 센서와 컴퓨터가 자동 조절하고,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철에는 창가에 햇볕차단용 스크린이 자동으로 내려온다. 1년 내내 15~18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냉난방에 이용하는 시스템도 있다. 지하 160m 깊이로 5개의 관을 묻은 뒤 물을 순환시킨다. 옥상에는 태양열로 물을 데우고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도 갖췄다. 건설교통부는 지능형(인텔리전트) 건축물 인증제와 친환경 인증제를 확대해 용적률 인센티브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남정호 뉴욕특파원, 김동호 도쿄특파원, 최지영(국제부문)·김영훈(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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