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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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ang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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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여행은 일반화되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떠날 수 있다. 신혼여행, 배낭여행, 패키지여행 등 해외로 떠나는 여행의 종류도 다양하다. 필자도 해외여행을 자주하는 편이다. 건축을 전공한 관계로, 다른 나라의 건축물을 보기위해 매년 한두번은 다녀오는 편이다. 여행을 자주 하다 보니, 수집한 자료는 쌓이고, 이것을 정리하다보니 건축전문 웹사이트(www.archi.com)도 운영하게 되었다. 해외여행가서 주로 보는 것이 건축물인데, 이것들을 제대로 알려면 그 나라 문화의 이해가 필요하다.

홍콩하면,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건물과 아름다운 야경을 떠올리지만, 독특한 형태로 디자인된 건축물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풍수학적 관점에서 지어진 것들이 많다. 홍콩은 풍수도시이다. 홍콩인들은 건물을 지을 때 풍수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건축설계를 하며, 대지 선정, 건물 형태 및 방위, 문과 창문의 방향, 가구의 위치 등을 고려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안토니(Anthony Ng)가 설계한 리펄스베이 호텔(1982년), 세사르 펠리가 설계한 2IFC 빌딩(2003), 아이엠페이(I.M. Pei)가 설계한 중국은행(1990년), 노만 포스터(Norman Forster)가 설계한 홍콩 상하이 은행 본사(1985년) 등이다.



리펄스 베이 호텔(The Repulse Bay Hotel)


이 호텔은 홍콩섬 남쪽 면의 해변 리조트로 유명한 리펄스베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 건물은 37층으로, 중심부가 6층 높이의 직각형 형태로 뻥 뚫려 있다. 이것은 호텔 뒷산에 살고 있는 용이 자유롭게 바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풍수학적인 측면이 크다고 한다. 풍수의 고려로 거주 면적이 감소하여 경제적인 손실은 크지만, 풍수를 믿는 지역 주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또한 이곳을 통해 바람의 흐름이 더욱 원활해져 더욱 공기를 시원하게 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물자체의 독특한 외부형태로 인하여 인지도가 한층 높아져 홍콩의 주요 상징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Two International Finance Center)

이 빌딩은 홍콩에서 최고층 빌딩으로,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이 건물은 크기가 서로 다른 2개의 같은 형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큰 건물이 88층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홍콩 사람들이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8의 광둥어 발음이 ‘pa(빠)’인데 ‘發’의 ‘fa(화)’와 발음이 비슷하다. 즉, “돈을 벌다(發財)”라고 할 때 “발(發)”의 발음과 비슷하여 부(富)를 가져다주는 숫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3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길쭉한 원통 모양으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 건물은 음기(陰氣)가 강한 홍콩에 양기(陽氣)를 불어넣기 위해 풍수사들의 조언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수사들은 “홍콩은 음기가 아주 센 곳이라 특히 여성들이 홍콩에 오면 기운이 솟고 활력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한 이유때문인지 세계의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홍콩은 여자가 많다. 홍콩 통계처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말 홍콩의 여성인구는 370만2100명에 달했으나 남성은 330만6800명에 불과했다. 특히 20~39세 결혼 적령기의 남녀 비율은 여성 1000명당 남성 773명인 것으로 나타나 결혼적령기 남성인구의 부족으로 홍콩 여성들이 ‘결혼난(難)’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홍콩은 음과 양의 조화를 위해서 건축물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행(Bank of China Tower)

이 건물의 디자인 컨셉은 분절된 건물 몸체를 성장해가는 대나무로 형상화하여 힘, 생동감 그리고 성장을 상징화하고 있다. 이 건물의 모난 형태는 건물 주위의 컨텍스트 즉 풍수에서 중시하는 주변 환경을 찢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부 풍수전문가들이 건물의 원래 디자인에 'X'자 모양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비평하였다. 그러한 비평을 받아들여 Pei는 공사에 들어가기 전, 수평적인 요소를 숨기면서 좋은 형상인 다이아몬드 형상으로 디자인을 수정하였다. 하지만 이 건물의 형상은 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모양새를 하고 있고 이와 같은 형상은 풍수학적으로 부정적인 형태로 간주하고 있다. 이 건물은 홍콩 총독부와 경쟁상대인 홍콩상하이은행을 내리 칠 듯한 기세를 하고 있다. 건물이 막 지어지기 시작할 무렵, 칼의 칼날이 구 홍콩 총독부를 향하고 있다고 하여 논란이 되었다. 홍콩 총독부는 풍수적인 대책으로 그 은행과의 사이에 있는 총독부 정원에 버드나무를 심어 풍수림을 조성하였다. 버드나무의 부드러운 가지들이 은행 건물로 인한 악영향을 막거나 완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은행은 풍수가 건축물에 얼마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홍콩 상하이은행 본사(Hongkong Shanghai Bank Headquarters)

이 건물은 대지의 입지조건에 따라 지기산(Victoria Peak) 아래에 배산임수하여 바다에 면하고 있다. 이것은 풍수지리에서 물은 재(財)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물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으면 번창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에서 풍수학적으로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1층 주출입구의 위치를 들 수 있다. 은행은 항상 많은 고객이 왕래하는 곳이므로 접근성을 고려해 1층에 은행창구를 위치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층을 필로티로써 전체를 개방하고 에스컬레이터로 2층에 올라가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지기산(Victoria Peak)에서 내려오는 좋은 기(氣)인 용맥의 흐름을 단절하지 않기 위한 배려이다. 이밖에도 인접한 중국은행이 칼(刀)과 같은 모양새를 하고 칼날의 끝면이 이 은행을 향하고 있었는데, 중국은행이 지어지자마자 HSBC 홍콩 본점의 실적이 떨어진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고 한다. HSBC측에서는 이것에 대항하여 옥상 좌측에 두 개의 대포 모양의 장식물을 설치하여 살기를 막았고, 이에 HSBC의 실적이 다시 좋아졌다고 하는 일화도 있다. 이처럼 홍콩의 있어서 풍수는 건물의 형태를 결정짓기도 한다.








홍콩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풍수에 집착하고 있고, 홍콩의 건축물들이 풍수학적 관점에서 많이 지어져 왔다. 이것은 건물의 형태를 결정짓기도 하고, 국가간에 분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처럼 홍콩에서는 풍수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다. 혹시 홍콩을 여행하게 될 때, 풍수와 관련지어 건축물을 보게 된다면 한층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홍콩이외 다른 나라를 여행하게 될 때,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건축물을 보게 된다면 한층 이해가 빠를 것이다.




<월간 전문대학 기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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