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9일 금요일

[시론] 제2롯데월드, 경제논리로만 봐선 안돼

kim sanghoon
건축
문화

서울 잠실에 제2롯데월드를 세우는 문제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가장 큰 걸림돌인 인근 군(軍) 비행장의 존재에 대해 기술적으로 조금만 보완을 하면 별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요즘 부쩍 힘을 얻어가는 것 같다. 정말 그럴까?

건설을 허용하자는 쪽의 주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군 비행장을 거론할 때 오로지 '서울공항'이라는 대외명칭만 쓰며 실제 공식명칭인 '성남 공군기지'라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 고층빌딩의 안전을 입증하는 근거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민간 항공 관련 기관인 ICAO(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나 FAA(미국연방항공청) 출신 전문가들의 주장을 내세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서울공항'을 인천이나 김포처럼 정기 여객기가 뜨고 내리는 민간공항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성남 '기지'는 영어로 표현하면 'Air Base'이지 민간공항을 표현하는 'Air Port'가 아니다. 세계 대부분 국가의 수도엔 2~3개의 민간공항과 다수의 군용 항공 기지들이 산재한다. 우리만 특수하게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삼고 있는 바람에 서울에 공군기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위기가 닥치는 만약의 상황에서 즉각 나라와 국민의 안전 위협요소를 제거 또는 예방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특별 경호가 요구되는 우리 대통령이나 외국 국빈들의 출입용으로도 군 항공기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2롯데월드가 추진되는 곳은 비행안전 제2구역 바로 바깥쪽이다. 따라서 순전히 법으로만 따지자면 현행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여기에다 FAA에 질의해서 얻었다는 수조(數兆)분의 1의 충돌확률, 첨단화되고 있는 항공기 안전 전자장비들까지 감안하면 근심해야 할 아무런 까닭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성남기지는 항상 '얌전히' 이착륙하는 민간 항공기만 사용하는 민간 공항이 아니다. 전시 및 비상시에는 바로 전투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국가의 전략적 군기지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악천후에서 민간 여객기는 운항을 중지하면 되지만, 군용기들은 임무 완수를 위해 무리한 운항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순간적인 기상 악화의 경우에는 항공기가 비행 안전 구역을 벗어나기 십상이다.

'사고확률 제로'의 안전장치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기계는 사람이 통제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이하드'라는 영화에서는 미국 덜레스공항을 점거한 테러리스트들이 착륙유도장치를 조작해서 여객기들을 활주로에 추락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 실제 현실에서도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범들이 납치한 여객기에 폭삭 주저앉지 않았는가. 비행기 사고가 아니더라도 '확률 제로' 주장을 비웃는 안전사고들은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롯데월드 안전사고'를 쳐넣으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들이 즐비하게 튀어나온다. 놀이기구가 고장나 사람이 죽은 사건도 있고, 롯데월드 천장 마감재가 떨어져 어린이가 부상한 사고도 있었다.

바로 엊그제엔 미국에서 전투기가 추락해 한인 일가족 4명이 참변을 당했다. 샌디에이고의 미라마 비행장 외곽에 위치해 전혀 항공사고 가능성이 없는 주택가에서의 사고였다. 제2롯데월드를 신축하고자 하는 곳이 활주로에 훨씬 가깝고 항공기 왕래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수많은 군사 전문가, 군 조종사, 항공전문 학자들이 진정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하고 걱정하고 있다. 이 계획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의 관점에서 반드시 재고(再考)되어야 한다. 법이나 경제논리, 또는 정치논리로 강행하려는 시도는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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